내가 가장 좋아했던 만화영화,
천사소녀 네티.
1990년대 중후반 당시에는 아마 모든 어린이들이 TV를 통해 만화를 시청했다.
나 또한 그랬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된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녁 시간대에 TV 정규방송을 틀면 재미난 만화들이 방송됐고 우리는 오프닝 주제곡을 따라 부르며 행복해 하고 재미있어 했다.
그때는 만화가 내 인생의 전부였던 시절.
나름의 낭만이 있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센세이션이었다.
세련된 옷을 입고 머리도 날렵하게 묶은 예쁜 소녀가 마법을 부리며 정의로운 일을 한다.
멋있어 보였다.
주인공 네티의 변신과정-
샐리가 천사소녀 네티로 변신하는 중.
구렛나루는 그대로인데 머리를 묶고 옷이 바뀐다.
양 옆의 구렛나루와 풍성한 모발 덕분에 귀여운 인상을 풍기는 듯 하다. 머리색도 오렌지빛이 나는 갈색.
적어도 나에게 그녀는 완벽하다.
그러고선 그녀는 창문밖으로 도착한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아 다닌다.
이건 비밀인데 나도 가끔 창문밖을 바라보며 풍선이 오지 않을까 기다려봤다. 나도 한국의 네티인양. 은근히 나도 네티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마술을 부리는 천사소녀 네티.
주로 사건 현장에서 요술봉을 휘두르며 주문을 건다.
룰루팡! 룰루피! 룰루~~~~~~~얍!
이러면 거의 모든게 다 된다.
어린 나에게는 그 마법들이 너무 어려워만 보였다. 풍선은 타고 다녀도 저건 좀 힘들겠다는 생각을 그때도 했던 것 같다.
포동포동 고슴도치 귀여운 루비.
네티가 데리고 다니는 펫이다.
무슨 역할을 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가끔씩 네티가 도움이 필요할 때 루비가 도움을 주곤 했던 것 같다.
사람말은 못하지만 귀여운 동물 추임새를 계속 냈었다.
셜록스.
까만 머리에 검은 정장,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남자.
샐리와 같은 반 남자아이인데 장차 꿈이 형사인지라 네티를 쫓는다.
네티와 샐리가 동일인물인지도 모르고..
구랫나루 보면 알텐데 그걸 모르나? ㅎㅎ
매번 네티를 놓치는데,
다음번엔 꼭 잡고 말겠다며 호기롭게 외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렇게 둘은 밀당을 반복하더니,
결말에 가서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그야말로 해피엔딩.
당시에 우리반 교실에서는 천사소녀네티의 결말이 화제였고 한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네티의 친구 세인트.
장차 수녀가 될 세인트는 수녀원에 있으면서 억울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다 네티에게 전달해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준다.
정말 속속들이 모르는게 없는 세인트.
당시에 어렸던 나는 그녀가 천사인줄로만 알았다. 하얀 수녀복 때문일까.
예쁘고 멋진 그녀에게 빙의되어,
내가 네티인 것 같은 꿈을 꾸게 해준 나날들.
지금은 다 큰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
이렇게 사진으로만 봐도 그저 좋고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건 천사소녀 네티 만화가 나에게 정의감도 배울 수 있게 해주고 아름다운 동심을 심어줬기 때문이 아닐까.
만화이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네티.
당신은 나의 어릴 적 우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