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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럽 무비

[사바하] 고로 신은 존재한다.

고로 신은 존재한다.

(본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안보신 분들은 잠시 뒤로 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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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무섭다.


난 그저 이정재와 박정민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 추격전 쯤으로 생각했다.
초반 영화 <곡성>을 생각나게 하는 시골마을의 굿판은 떠들썩하게 살벌했고,
문제의 그 집 곳간에 살고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같은 존재는 상상을 자극하며 공포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실제 귀신의 모습들도 등장하는데 이렇게 무서운 영화인 줄 알았다면 안봤을거라 생각했다 극의 중반까지는.





사대천왕,

사대천왕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다른 영화에서도 사대천왕은 많이 등장하는데 사바하에서는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미륵에게 있어 사대천왕이 어떤 의미인지 잘 설명된다.
본래 사악한 존재였던 사대천왕은 불교에 귀의하면서 악한 귀신들을 잡아 미륵을 지키는 존재가 되었다. 이것을 이론 삼아 영화에서는 사슴동산을 지키는 사이비 종교가 존재한다.






신은 존재하는가.

신학을 졸업하고도 목사라는 이름으로 신을 끝없이 의심하는 박목사 이정재.
국내의 많은 사이비 단체들을 조사하고 심지어 문제가 있는 천주교, 불교, 기독교도 가리지 않는다.
사슴동산을 조사하며 극의 전반을 끌고 나가는 인물.






광목천왕,

극에서 신도들이 광목님 하며 우대하는 박정민이 처음에는 그저 나빠만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다른천왕에게 죽을것을 종용하고 금화를 실제로 잡아다가 죽이려고 하는 그 모습에서 연쇄살인마 같은 광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허나 알고보면 그도 사이비교주에게 이용당한 셈. 매일 잠도 제대로 못자며 자신이 죽인 영혼들에게 시달리고 오직 어렸을 적 엄마가 불러주던 기억속의 노래만이 자신을 달래주었다.

불쌍한 인생. 등불이 자신을 구원해준 줄 알고 평생을 그의 노예로 살아왔다. 그치만 마지막에 신을 실제로 만난 후 그는 그가 신임을 확신하고 신의 뜻을 받들어 교주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도 죽는다.

여담이지만, 신을 만났을 때 박정민에게 건네준 그 물건이 나는 열쇠나 뭔가 마법을 일으킬 물건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라이터였다. 결국엔 유지태를 라이터를 이용해 불붙여 죽였으니 미리 예언한 셈이지만 말이다.






유지태?

갑자기 사슴동산에서 유지태가 출연해서 깜짝 놀랐다. 하얀 옷을 입고 있어서 선한 인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가 김제석. 여섯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미륵이라 착각한다.

티베트의 승려가 예언하기를 100년 후 자신을 죽일 존재가 김제석이 태어난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선이 태어나면 동시에 악이 태어나고, 선이 죽으면 동시에 악도 죽는다고.

그래서 그는 100년 후인 1999년 영월에서 태어난 여아들을 모조리 살해할 계획을 가지고 신도들을 이용하여 살해를 지시한다. 극 중 영월에 사는 99년생인 중3 여학생 수가 38명이고 중2와 중1은 80여명인 것으로 미루어 볼때 대략 반 이상은 살해한 셈이다. 나쁜 놈.

경전 마지막 부분의 수많은 숫자들은 영월 99년 생 여학생 모두의 주민등록 번호였다니 놀랄 노자다.





울컥했다.

쌍둥이로 1인 2역을 맡은 이재인 배우.
태어날 때 언니가 뱃속에서 다리를 물어뜯어 언니가 괴물인 줄 알았지만 그래도 자기 언니라고 스웨터를 챙겨준 동생.



곳간에 괴물처럼 살고있는 언니.
괴물의 모습은 중간중간 살짝 나왔는데 온몸이 털로 덮여있고 눈에는 핓발과 한이 서려있다.
박정민과 문 밑으로 눈이 마주칠 때 정말 소오름.

허나 마지막 미륵의 모습을 하고 쌍둥이 언니가 등장한다. 박정민에게 말하길 너희가 고통속에 있을 때 나는 울고 있었다라고 말한다. 밤마다 울부짖었던 이유였던 것이다. 수많은 여자아이들이 죽어 나갈때 신은 슬퍼했던 것이다. 쌍둥이 언니의 몸을 빌려 처음 탁 미륵의 모습을 하고 앉았을 때, 그리고 그런 말들을 할 때 울컥했다. 이재인 배우의 연기가 탁월하기도 했다.






우리는 늘 악을 선이라 믿고 늘 신을 의심해오지 않았던가. 영화를 빌어서 신은 존재한다고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예수도 거렁뱅이 모습을 한 채 인간들을 도왔다. 그치만 사람들은 예수를 죄인 취급했었다.
이 영화가 묘하게 겹쳐진다. 가족들조차 외면했던 쌍둥이 언니. 그리고 곳간 안에서 울고있었던 신.

사람은 거만하게도 유지태처럼 자기가 신인 양 자만하며 사람들을 우롱한다. 영원히 살 것처럼 살지만 영원한게 있던가. 인간은 신이 아니다. 그러니 죄짓고 살지 말아야 한다.

영화 결말에 이정재가 읊조린다. 어찌 가만히 보고만 계시는지요. 신이여 저희들을 구원하소서. 사바하가 아마 그 뜻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모두 케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울고 계실.. 신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