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안보신 분들은 잠시 뒤로 하셔도 좋습니다.)
포스터만큼 기이한 영화,
포스터를 보면 도대체 뭔 내용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분위기.
앞에 보이는 하얀 여자 다리는 뭐고, 최우식이 들고 있는 저 돌덩이는 뭔가.
영화를 봐야지만 알 수 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문구가 뜨면서 영화가 시작하는데, 기분이 묘하기도 하면서 한국인임이 뿌듯했던 영화다.
여배우가 빛이 났던,
반지하에서는 상당히 텁텁하고,
좋은 집에서는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여배우들이 그 무거움들을 중화시켜 주었다.
조여정 배우는 감독님이 아무래도 영화 <인간중독>을 보고 캐스팅하지 않았을까 싶다. 잘나가는 사모님으로 깔끔하고 사랑스럽지만 어딘가 허당스러운 모습으로, 플러스 노출이 가능한.
이 영화에서도 가히 단정하면서도 사랑스럽지만 자식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똑 부러질려고 노력하는 사모님. 허나 영화속에서 박서준 배우가 심플하다고 표현했듯이 단순하면서도 상당히 빈틈이 많다.
또 다른 여배우, 박소담.
아 이 장면에서 게임 끝~
저 손짓을 보라.
물론 감독님의 계산하에 탄생한 손놀림이겠지만 박소담의 대사와 어조가 훌륭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을 무서워서 보지는 못했지만 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나하고 다시 보게됐다.
여배우치고 발성이 상당히 좋다. 앞으로 더더 많은 작품에서 주연으로 연기하길 바란다.
빈부격차,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열차 칸칸이 수평적으로 빈부격차를 표현했다면, 이 영화 <기생충>에서는 수직적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이선균의 좋은 집에서는 1층과 2층, 지하, 심지어 현관에서도 계단을 올라야 집에 들어갈 수가 있다.
또 송강호의 반지하 집까지 가는 길은 아래로 아래로 엄청나게 계단을 내려가야 나온다.
실제로 영화에서 비가 쏟아지는 장면에서 한 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게다가 너무 아래에 위치하다 보니 집이 비에 잠기기까지 한다.
반지하,
외국에는 없는 개념이라는데, 한국에도 좋은 집에서만 사는 요즘 젊은이들도 잘 모르지 않을까 싶다.
윗집의 와이파이를 잡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남매. 최우식과 박소담은 왠지 닮았다 ㅎㅎ 대박 캐스팅.
인맥의 한국.
박서준은 최우식에게 과외 자리를 소개시켜 줬고,
우식은 동생 소담에게 그 집 막내아들 미술교사로,
아버지는 운전기사, 어머니는 가정부.
가히 인맥의 대한민국이다.
요즘 아무리 열심히 해도 취업이 될까말까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그래도 인맥이라도 있어야 살아남는 그 현실을 꼬집었다.
이 아줌마가 화근,
솔직히 우식의 엄마가 제일 화근이 아니었나 싶다.
조여정 가족이 캠핑을 갔을 때,
집안 꼴을 엉망으로 만들면서까지 가족들을 불러 모아서 술판을 벌여야만 했을까.
그렇지만 않았더라도 최악까진 가지 않았을텐데.
다른 가족들처럼 자기 맡은 바 열심히 하면서 돈을 차곡차곡 모았더라면 반지하는 탈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역시 거지근성은 어디 못간다.
가난의 이유,
영화에서 계획이 있냐는 말이 반복해서 나온다.
송강호가 아들에게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하는 말을 들으면서 송강호는 계획이 없다는게 여실히 드러나는데, 아니나다를까
아들이 송강호에게 계획이 있냐고 물어보니 그 중요한 순간에도 무계획이 가장 안전한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가난한거다.
영화 결말에 최우식이 돈을 많이 벌어 송강호가 지하에 숨어있는 그 집을 사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는 상상이라고 본다.
솔직히 머리를 많이 다친 우식이 어느 세월에 그 큰돈을 버나.
감독은 그제서야 계획을 세우냐라고 말하는 듯이 그 계획 없었음을 풍자하는 듯 했다.
갑질,
감독은 가난의 무능함도 꼬집어 비판함과 동시에 있는 자의 갑질도 풍자했다.
극 중 이선균은 특히나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
송강호의 선 넘음에 화가 나서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하는 둥, 이상한 냄새에 대해 꼬집고, 마지막까지 사람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그 순간에도 냄새에 코를 막으며 피하는데,, 죽고 만다.
인간의 이기심,
결국엔 못 사는 자들끼리도 기득권을 차지하면 돌변하여 이기적으로 구는데 그러다 다 망했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지하실의 그 남자가 칼을 들고 나와 휘두르며 상당히 오컬트 적인 영화가 되버리는데 임팩트가 굉장히 쎄다. 심신미약자는 좀 조심해서 봐야될 것 같다.
완벽하다,
어느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는 영화.
초반, 과외를 들어가기까지의 드라마,
들어가고 나서의 코미디,
캠핑 떠난 후에 비가 오면서 스릴러,
파티가 시작되고의 공포,
송강호가 지하에 살게되면서 아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신파.
갑질과 무능한 가난에 대한 풍자,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에 대한 풍자를
숙주에 얹혀사는 기생충과 버무리는 감독의 능력.
극적인 음향효과,
그리고 가장 강렬했던 폭우가 쏟아지는 반지하 동네의 풍경.
촬영을 어떻게 했을지 신기할 정도였다.
하수구가 넘치고 집이 물에 반 이상이 잠겨 동네를 뗏목같은 걸 타고 사람들이 건너고 개는 수영을 해서 지나가고... 가히 장관이었다.
어떠한 삶을 살지라도 묵묵히 겸손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라는 무언의 뜻을 안겨준 영화였다.
나도 이 자리에서 찬사를 보내고 싶다.
P.S. : 영화를 보고나면 짜파구리가 먹고싶어질 수 있다. 영화보기 전엔 꼭 밥을 먹기를.
필자는 점심에 비빔국수를 먹고, 영화본 후에 짜파구리를 먹었다는...ㅎㅎ
설국열차를 보고나선 한동안 양갱을 못먹었었는데, 이 영화는 제목이 더러운데도 불구하고 짜파구리가 참 많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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