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지 못한 꽃 두 송이
(본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못보신 분은 잠시 뒤로 하셔도 좋습니다.)
About 윤동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이름 윤동주.
고등학교 시절 국어 수업시간에 무수히 많이 읽었던 그의 시 <서시>는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다.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다 고문을 많이 받고 돌아가신 것 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국사교과서나 위인전에 나오는 위인이 아닌 관계로 그에 관해 아는 것은 대략 서정적인 시뿐이다.
영화는 윤동주의 인생 전반을 비추며 처음으로 자세히 그를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그의 인생에서 오랫동안 영향을 주고받았던 사촌 '송몽규'의 이야기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낭만적인,
흑백영화다.
화려한 21세기 문명에 흑백영화라니 처음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내 동주와 몽규의 생활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정말 옛날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까지 한다.
흑백이기에 더욱 고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강하늘 배우가 연기한 동주가 나레이션으로 시를 읊을때면 빛 아래 일어나는 먼지들까지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의인 송몽규,
이 영화에서 정말 멋지게 그려진 박정민 배우가 연기한 송몽규.
실존 인물이며 동주의 동갑내기 사촌이기도 하다.
똑똑한 두뇌에 시도 곧잘 써서 동주의 자격지심까지 불러 일으키지만,
그의 마음엔 오로지 애국심과 정의가 불타오른다.
몽규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독립을 위해 늘 앞장선다.
동주에게 시는 네가 쓰라고 하며,
마치 김구 선생처럼 몽규의 소원은 첫째도 독립, 둘째도 독립이다.
한스럽다.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일본군에 붙잡힌 송몽규.
하지도 않은 혐의서에 서명을 하라고 협박하는 일본군에게
울부짖으며 말하는 송몽규의 대사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가 이렇게 하지 못한게 한스럽다. 이렇게 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옥중에서 바닷물 주사를 맞으며 점점 죽어가는 송몽규는,
면회 온 아버지에게 내가 죽으면 일본땅에 뼛조각 하나라도 남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옳고 그름에 대해 분명히 판단하고 정의를 실현해가는 그는 진정 의인이었다.
독립운동을 끝내는 하지 못했지만 후손으로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고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피우지 못한 꽃.
윤동주 시인께서는 살아 생전에는 한번도 시인으로 활동하지 못하셨다.
돌아가신 뒤에야 지인들의 힘으로 시집을 출간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먼 미래에 우리가 시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꿈이 있다면 도전하고 성취하는 것이 미덕이지만,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일제 강점기에는 내 이름으로 시집 하나 출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시인께서는 세상이 이러한데 시만 쓰고 있는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고 하시며 <서시>를 남기셨다.
살아서 이루지 못한 꿈이 너무나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청춘을 다 바쳐 신념을 따랐던 그대들.
그들이 이룬 이 땅에서 우리도 부끄러움 없이 살아야 할지니.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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