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정주행

[눈이 부시게]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본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아직 작품을 안보신 분들은 잠시 뒤로 하셔도 좋습니다.)
​​​​​​​​​​​​​​​​​​​​​​​​​​​​​​​​​​​​​​​​​​​​​​​​​​​​​​


웰메이드 드라마.

오랜만에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났다.

각본, 연출, 연기 모두 완벽했던 작품.
캐스팅도 좋았다.
선해 보이는 두 배우, 한지민, 남주혁과 깊은 울림을 주는 김혜자 배우님의 연기가 좋았다.

​이 드라마를 보면 행복해짐이 분명하다.
나 또한 그랬다.




​​​​


흥미로운 타임 슬립.

시간을 오고갈 수 있는 시계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로맨스를 어려워 하는 시청자들도 SF스러운 접근으로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겠다.

한지민이 어렸을 적 우연치않게 득템한 금장시계. 이 시계는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수 있다.
남주혁에게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시간을 되돌려주겠다며 객기를 부린다.
정말 할 수 있다며!





너무 취해 머리를 박는 바람에 시간 되돌리기는 다행히 미수로 그치고...

둘은 썸을 타기 시작한다.

비록 달동네이지만 옥상에서 보면 서울 시내 야경이 죽이는 조용하고 서정적인 동네에서,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아버지 안내상을 살리기 위해 시간을 몇 천번을 돌린 결과로, 한지민은 김혜자 할머니가 된다.
극 중 이름도 김혜자로 출연.

할머니의 모습이 싫지만, 가치 있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였다며 혜자는 스스로를 다독인다.





코믹을 가득 품은,

웃기다.
여러 코믹적인 부분 때문에 드라마를 보면서 여러 번 뿜게 된다.
할머니의 모습으로 겪는 상황들도 웃기고,


특히, 혜자의 오빠 손호준 배우의 연기가 잔망스럽기 그지없다.

거의 밀실처럼 방안에서 삽겹살을 구워먹다 실신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개그 캐릭터를 잘 소화 해낸다.




​​​자, 이제 반전. (스포 주의)

.
.
.
.
.
.
.
.


사실 혜자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다.

꿈속에서 남편을 만나고 자신의 어렸을 적 가족들을 마주한다.




1970년대 시절,

혜자는,



남주혁, 그러니까 준하와 꽁냥꽁냥 데이트도 하고,



입술이 부르트도록 키스도 하고,


놀러 간 강가에서 프로포즈도 받고,


결혼에 골인한다.



행복할 줄만 알았던 결혼생활에,
갑자기 불행이 닥쳐온다.

기자였던 준하가 경찰에 잡혀가 조사를 받다가 갖은 고문을 당했는지 사망한다....




늘 외로웠던 당신을 혼자 가게 해서 미안하다는 한지민의 대사가 어찌나 슬프던지..

그래서 혜자는 자꾸만 시계를 되돌리고 싶었나보다. 가장 행복했던 25살 시절로.




아빠 없이 자라기에 아들을 강하게 키우려고만 했던 혜자.

그 때문에 아들 안내상은 엄마에 대한 원망을 갖고 살아가지만, 다리가 불편한 아들을 위해 매일 눈을 쓸어 주었던 게 엄마였다는 걸 알고 눈물을 흘린다.

화해하는 엄마와 아들...




아들이 혜자에게 언제가 가장 행복했냐고 묻자,

나는 그저 그런 날이 좋았다고..

온 동네에 밥짓는 냄새가 진동할 때,
아들 손을 잡고 아빠를 기다리다가
함께 지는 노을을 바라보던,

그런 평범한 나날들이 좋았더라고.







혜자에게 노을이 지던 어느 날..

눈앞에 나타나는 남편의 품으로 달려간다.
남편이 이제 함께 있자고 한다..

감동스러운 김혜자 배우의 나레이션이 깊게 깔리면서 눈물이 쏟아지게 만든다 이 드라마.



지금 사는 우리들.

힘들고 어렵지 않은 날이 없지만,
그 하루하루가 눈부시도록 소중하다고.
눈부시게 하루하루를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해 준다.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금 꺼낼 수 있게 해주는 이 드라마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김혜자 배우님의 진가를 알게 해주는 드라마.

깊은 연기 참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