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대부분 같고 조금 다른
(본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안보신 분들은 잠시 뒤로 하셔도 좋습니다.)
여기,
한 식구가 있다.
식구란 그야말로 한 상에서 식사를 함께하는 가족.
아빠, 엄마 그리고 귀여운 일곱살 딸.
살림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남부럽지 않게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이다.
대부분 같고 조금 다른 것.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부부는 장애인이다.
영화에서는 정확하게 딱 이거다 라고 말은 안하지만,
부인은 지적 장애와 간질이 있는 것 같고, 남편은 약간의 지적 장애가 있다.
제조공장에서 포장 작업을 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남는 시간에는 폐지와 공병을 주워팔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고 끔찍이 아낀다.
불편한 시선.
주위의 불편한 시선은 아이부터서도 느낀다.
부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친구들이 멸시하고 따돌림을 한다.
친구들의 엄마들은 아이 앞에서도 수군거리며 부모 욕을 한다.
주인공 부부의 딸 순영이는 부모님과는 다르게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로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또래들보다는 조금은 성숙하고 부모를 지키려는 똘똘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 주위 시선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고 명랑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아이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장례식장에서 순식(신정근)과 우연히 만난 재구 삼촌(윤박).
함께 술자리를 한 것을 인연으로 갈 곳이 없던 재구 삼촌은 며칠을 눌러앉더니 갈 생각을 안한다.
우리 식구만 먹던 밥상에 자꾸 엉덩이를 디민다.
붙임성이 좋고 해맑은 표정을 한 이 청년은 도대체 누구일까?
부부에게도 잘하고 순영이에게도 정말 삼촌같은 이 남자.
애정결핍 사기꾼.
처음에는 달걀 후라이도 잘 부쳐주고,
순영이 생일에 자전거도 주워다가 열심히 도색하여 선물도 해준다.
또 순영이를 괴롭히는 다른 학부모에게 화도 내고 협박도 하며 순영이를 지킨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본색이 드러나고,
순식의 돈까지 빼앗고 금새 탕진하여 돌아오며 사기꾼의 면모와 방탕스러운 생활이 밝혀진다.
과거 자신의 가족에게 버림받았던 그는 찌질하게 애정결핍까지 있어,
순식의 가족에게 집착 아닌 집착성을 보이기도 한다.
내 식구는 내가 지킨다.
결국 재구 삼촌은 순영이를 건드리기까지에 이른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순식은 경찰서에 찾아가 울음을 터뜨린다.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했습니다. 재구씨가 우리 순영이를 만졌어요,
저는 잡혀가도 상관없는데 우리 애심이랑 순영이는 같이 살게 해주세요."
여기서 신정근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예전에 <거북이 달린다>에서 보여줬던 뺀질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지적 장애의 모습을 하면서도 부성애가 살아있는 연기였다.
집으로 찾아간 경찰들이 재구 삼촌을 체포하기에 이르렀고,
재구 삼촌은 끌려가면서까지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좋아서 그랬다고, 정말 형 같았다고.
진짜 가족이 왜 버린지 알 것도 같았다.
무심한 이웃들.
재구삼촌이 잡혀간 상황에서 이웃들은 말한다.
"진작 말을 하지"라고.
거기에 순식은 화가 나서 마당의 온 물건들을 집어던지며 화를 내며 나가라고 한다.
조금의 진정한 관심만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다.
그저 잘생긴 재구삼촌의 외모에 한번 같이 살아보고 싶다는 둥,
붙임성과 입담에 정말 동생인 줄 알았다는 둥의 시큰둥함.
현 우리네 이웃의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관에서 나온 사회복지사 같은 분도 순식의 집안까지 들어오지 않고, 대문앞에 안내서만 놓고 가더라.
영화를 보니, 장애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데에 있었다.
연고가 없는 장애인들은 나라에서 그리고 주위에서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살피는 일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여전히 행복한,
10년 후, 순영이 고등학생이 되어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제는 다 자라서 부모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순영이가 있어서 관객으로서의 내 마음도 조금은 편해졌다.
과거의 황당하고 기분나쁜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 마냥 행복하고 단란한 식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이 현재는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여전히 행복하고 앞으로도 그러기만을 바란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누구나 함부로 그분들의 재산이나 행복을 침해할 권리는 없다.
장애인들의 미소와 친절과 선의를 그저 선의로 받아들여야지,
사기를 쳐도 된다는 허용의 뜻이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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