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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럽 무비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나의 시간에 대해

나의 시간에 대해.

 

(본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안보신 분들은 잠시 뒤로 하셔도 좋습니다.)

 

 

웰메이드 각본.

 

잘 만들어진 각본이다.

거꾸로 가는 시간 속에서 살고있는 두 남녀가 만나는 이야기.

언뜻 보면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생각나지만,

그와는 또 다르다.

이 영화속의 두 남녀는 5년에 한번씩 한달 동안만 만날 수 있다.

첨엔 이해하기 힘들다.

그치만 극의 마지막에 여주인공 에미(고마츠 나나)의 입장이 흘러가면서 완벽히 이해되는 영화다.

 

 

 

 

 

 

너의 정체는 뭐니?  (*스포 주의)

 

소위 말하는 지하철 헌팅으로 에미에게 고백을 하는 타카토시.

만나기로 한 둘째 날, 동물원에서 홀로 과제 중이던 타카토시에게 에미가 갑자기 등장한다.

처음엔 귀신인줄? 어떻게 알고 온겨? ㅎ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드는 에미의 정체.

물에 빠질뻔한 5살의 타카토시를 구해준 여자인가?

아니면 그 여자의 딸내미인가?

에미는 그저 여기와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곳에서 온 평범한 여자였다.

 

 

 

 

 

 

여느 연인과 다름없이,

 

즐거운 데이트를 만끽한다.

연애를 한번도 안해본 것 치고는 순조롭게 연애에 골인하는 타카토시.

타카토시가 좋아하는 건 모두 에미도 좋아하는 듯이,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두 연인이다.

그런데 이 영화, 동물원이 한번 등장하고 잔잔하게 조금은 슬픈 데이트가 진행되면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영화의 전반적인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본지 오래 되었는데도 생각나는 게 신기하다.

 

 

 

 

 

 

 

여담이지만,

 

타카토시를 연기한 배우 후쿠시 소우타는,

영화 보는 내내 VOS 김경록으로 보였다.

물론 리즈시절의 김경록.

 

극 중 초반 더벅머리의 남주 헤어스타일이 답답했는데,

에미가 중간에 머리카락을 잘라줘서 속이 다 시원했다.

 

 

 

 

 

슬픈 연인. (*해석)

 

데이트 내내 결정적인 순간에 자꾸 눈물을 흘리는 에미.

떨어뜨리고 간 에미의 다이어리를 보면서 타카토시도 모든 비밀을 알게 된다.

에미는 시간을 거꾸로 살기 때문에,

타카토시의 내일이 에미에게는 어제이다.

타카토시가 에미를 만난지 30일째 되던 날, 에미에게는 타카토시를 만난 1일째 되는 날인 거다.

타카토시는 에미와의 추억을 하나하나 기억으로 쌓아가며 살지만,

에미에게는 모든게 마지막이며 어제의 기억이 오늘은 없다.

그래서 매 순간 어제까지의 일이 생각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에미는 타카토시와의 인연을 위해 늘 웃으며 노력한다.

 

 

영화 마지막에 에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20살이 된 에미가 20살의 타카토시를 만나러 온 첫 날이,

타카토시에겐 30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 날을 시작으로 에미는 타카토시 부모님도 만나고,

이발도 하고, 손도 잡고, 고백을 받는 순으로 거꾸로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마침내, 에미에게는 30일째 되는 날,

타카토시는 지하철에서 에미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쫓아와서는,

다시 만날 수 있냐며 물어본다.

에미는 눈물을 흘리며 내일 또 보자고 웃으며 인사하고는,

지하철로 들어와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잡는다.

 

그 다음 만남은 5년 후,

타카토시가 25살, 에미는 15살이 되겠지.

또 그 다음은 타카토시 30살, 에미는 10살,

또 그 다음은 타카토시 35살, 에미는 5살.

따져보니 둘은 평생 총 7번, 한 달씩 7달만을 만난다.

거기에 5살이나 10살은 이런 인연에 관한 인식조차 못한다 치면,

의미있는 만남은 둘이 동갑인 스무살 때 뿐이다.

 

영화를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제한된 시간이 슬프기도 하고,

그 동안 시간 소중한 줄 모르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스무 살의 두 연인은 남아있는 시간을 정말 소중히 보낸다.

가장 행복해 보이는 한 때를 보면서, 눈물이 나는건 왜일까?

우리 또한 마찬가지여서겠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을 소중히 보내자.

 

 

지나간 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